온 나라가 정상회담에 대한 환영과 기대의 목소리를 내는 데 반해 한나라당과 몇몇 보수단체가 떨떠름한 목소리를 낸다. 볼멘소리다. 특히 한나라당의 나경원 대변인의 독설은 섬뜩하다. “북핵 해결 없는 평화정착은 말장난에 불과하다”, “무늬만 화려한 기만적 평화 이벤트다”, “북한에 대한 이런 정서적 접근은 재앙이 될 수 있다”며 논평을 했다. 볼멘소리를 넘어서 차라리 저주에 가깝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기왕 열리는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됐으면 좋겠다. 국민이 걱정하는 바도 있다. (이를) 고려해 성공적으로 되길 기대한다”며 차기 정권의 부담을 우려하는 떨떠름한 목소리는 어느정도 이해한다. 그러나 자당의 대선후보는 절제된 표현을 해 체면을 살리고 대변인은 나서서 저주를 퍼붓자고 약속이나 한 것일까. 대변인 혼자 욕을 먹고 말겠다고 나선 것일까.
기왕지사 가는 길, 노무현 대통령이 걸어서 넘는 군사분계선에 진달래 꽃을 뿌려 '사뿐히 즈려밟고 다녀 오십시오'라고 축하해 줄 것을 바라지는 않았지만 '기만, 재앙'을 운운하며 저주에 가까운 소리를 뒤통수에 대고 하는 행위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도를 넘었다. 대선을 앞두고 비록 한나라당이 노무현 대통령을 폄하해야 한다고는 하나, 이 또한 최소한의 예의를 넘은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치의 흠결도 없는 민주적 절차에 따라 국민이 선출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 대통령에게 최소한의 자연인으로서의 인격적 예의와 국가 원수로서의 지위적 예의는 갖추어 주는 것이 옳다. 그러나 아무리 정치판이 추잡한 권모술수가 난립하는 세상이라고 해도 남북의 평화와 민족의 미래를 열고자 정상회담에 나서는 대통령에게 저주에 가까운 독설을 퍼붓는 행위는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
참여정부에 들어 대통령에 대한 인격적 폄하나 정책적 폄하는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극에 달했다. 이것은 한나라당과 소속 의원들이 면책특권을 빌어 노무현 대통령을 폄하하고 '조중동문'이 이것을 확대 재생산하자 일반 국민들도 대통령에게 입에 담지 못할 별명을 붙여 비아냥거리는 일이 일반화되었다. 권위를 내려놓은 대통령이라고 해서 분별없이 까내린 결과가 이어 온 것이다.
필자는 단 한 번도 한나라당을 지지해 본 적이 없다. 그 이유는 보통 사람들이 한나라당을 싫어하는 이유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한가지 다른점이 있다면 권력과 기득권에 눈이 멀어 자신의 정체성을 속이고 당과 지지층에 충성하는 발언을 일삼는 이중 인격을 가진 인간들이 많아서 싫다는 것이다. 근래들어 대권고지가 눈앞에 보이자 한나라당의 오만한 본성이 드러나는 것을 보는 것이 필자의 또 다른 곤혹이다.
한나라당으로서는 다 잡아간다고 생각하는 대권이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악재로 인해 멀어질까봐 안달하는 속내를 나경원의 입을 빌어 털어 놓았다고 본다. 이렇게 보면 한나라당은 참으로 속 좁은 집단이다. 그들만의 이익을 위해서는 남북이 대립해야 하고, 동서가 갈라져야 하고, 양극화가 심해져야 하니 말이다. 그러나 남북정상회담은 그들만의 악재이지 국가와 민족 전체에게는 더할나위 없는 호재이다.
민족화해의 길을 열려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건너 가는 노무현 대통령에게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의 저주도 함께 밟고 건너시라'고 권하고 싶다. 민족화해의 길에 양탄자는 깔아주지 못할 망정 독설을 퍼붓는 세력에게 보란듯이 당당히 밟고 건너시라. 이 기회에 민족분단을 이용해 기득권을 누려왔고, 민족화해가 탐탁치 않은 세력이 더 이상 준동할 수 없도록 큰 성과를 만들어 역사에 큰 획을 긋기를 기원한다.
끝으로 한나라당에게 충고한다. 당신들을 위해 역사와 민중이 희생할 만큼 희생했다. 역사는 더 이상 당신들의 편협한 기득권 수호와 권력욕의 충족을 위해 기다려 주고 희생하지 않는다. 또한 그러한 당신들의 본성이 바뀌지 않는 한 세상은 당신들에게 시대를 내어주지 않는다. 새 시대의 패러다임을 이끌고 갈 능력을 당신들은 아직 갖추지 못했다. 배 아프거든 자기반성에서 출발하라.